![]() 향수를 자극하는 "첫사랑이란 안되는구나" 영화는 대체로 항상 보기 좋은 편이다. 이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두 축은 음악과 미술을 잘 다룰줄 아는 기술과, 적절한 배우들의 몰입이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이 점에서 탁월하다. 유하 감독의 흘러넘치는 의식은 영화제작의 장인들과 기술진들의 충고에 의해 적절히 통제되고 가다듬어 졌다. 여전히 마지막 격투 장면 후에 주인공이 굳이 "대한민국"을 들먹이는 것은 남아있지만, 적어도 제목은 애초의 "절권도의 길"에서 "말죽거리 잔혹사"로 바뀌었다.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제목이 엄청나게 좋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목을 바꾸는 일 처럼, 감독이 한쪽으로 쓰러질만하면, 기술자들이 잘 잡아 줬다는 말이다. 배우들은 기대이상이다. 한가인은 배역의 비중이 작지만, 줄곧 이어진 한가인의 텔레비전과 광고 모습을 안전하고도 보람차게 이용하고 있다. 가장 독특한 것은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A급 양아치를 착하고 순진한 주인공으로, 텔레비전 시트콤의 멋쟁이 한의사를 A급양아치로 기용한 베짱이다. 결과는 대단하다. 한 솔로가 해리슨 포드이고, 마이클 J 폭스가 마티 맥플라이인듯. 권상우는 착하고 순진하다는 "숨겨지는 형태의 감성"을 바깥으로 철철 흘러넘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정진은 그냥 정말 그런 학창시절을 보낸듯한 몸에 붙은 연기를 한다. 이정진이 "사망유희"장난을 펼칠때의 모습은 아주 대표적이다. 배우들의 이런 숨겨진 모습을 확확 끌어낸 것은 제작진의 탁월한 능력이다. DVD 코멘터리에서, 권상우는 이 영화에 대단히 애착을 갖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항상 영화 OST를 차에 갖고 다니면서 듣고 있고, 평생 잊지 못할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이 영화에서 권상우는 "일단 뛰어" 시절에서 완전히 대륙간 이동을 한 것 아닌가. 한가인이 시사회 다니면서 공짜로 두서너번 봤다고 하니까, 권상우는 자기돈 내고 본 것만 네 번이라며 핀잔을 준다. 어린시절 회상하는 것들중에 가장 잘 봤던 것은,"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와 "바다가 들린다"였다. "바다가 들린다"의 압도적인 마지막 장면이나, 애니메이션 표현의 극치를 보여주는 학교 축제 장면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만, 남이섬 기차 여행이 있고, 빵집에서 우유 먹는 장면이 있는 이 영화도 충분히 좋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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