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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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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경력을 속이고 몰래 과외교사가 된 아들을 시작으로 가난한 집안 사람들이 부유한 집안 사람들과 관계를 짓고 살게 된다는 내용으로 출발하는 영화입니다. 후반부의 어두운 범죄 영화 같은 면모가 뚜렷해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런 감상도 기억에 남게 되는 영화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돌아가 다시 차근차근 따져 보면 사실 전체적으로 봐서는 의외로 웃긴 영화, 희극 요소가 많은 편인 영화였습니다.


(포스터)

영화 중반을 장식하며 영화 전체를 연결하고 있는 장면들은 사실 아주 고전적인 웃긴 연극, 소극(farce) 이었습니다. 영화 내내 빈부의 격차를 드러내는 화면 구성과 후반 이후의 전환이 영화에 워낙 잘 담겨 있어서 영화의 중심이 소극이라는 점은 강하게 와닿지 않고 눈에 잘 뜨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어떻게 조합되어 있는지 이 영화의 내용과 재미의 뿌리를 따져 보면 소극의 역할은 분명합니다. 그런 대목만 보면 이 영화와 “피가로의 결혼”이나 연극 무대에서 자주 상연되는 “보잉 보잉” 같은 이야기를 견주어 보는 것이 적합할 정도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런 예스러운 웃긴 소동 연극에서는, 정체를 숨기고 들어 집안에 들어 온 사람들이 있고, 그 집의 한 켠에 숨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이 상황을 착각 해 오해하기도 하고, 한 인물이 다른 인물을 숨기기 위해 어떤 방으로는 들어 가지 못하게 문을 닫고 막기도 하고, 진실을 숨기기 위해 더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오해가 커져서 더 큰 거짓말도 하게 됩니다. 이런 꼬인 상황에서 난처해 하는 사람들로부터 웃음을 자아내는 소동 이야기라는 점은 그런 코미디 그대로입니다. 자연히 이 소동의 무대가 되는 집 세트도 제작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케케묵은 전통 같은 이런 웃긴 소극의 소재와 줄거리를 훨씬 더 진지하고 어두운 이야기 속에 무척 잘 엮이도록 짜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빈자와 부자의 대립을 소재로하는 줄거리를 차분하게 올려 놓은 구성에, 현실주의 느낌으로 사회 고발 소재도 드문드문 같이 잘 섞어 치고 있는 장면들이 제 역할을 했습니다. 코미디에서 나오는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범죄물의 음험함과 조금씩 엮어 두는 느낌도 이런 조화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웃기려고 들지 않는 연기와 연출로 적당히 웃기면서도 곧 무슨 일이 터질 수도 있을 듯한 느낌을 유지하는 것도 잘 먹혔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초반 송강호의 역할은 “저 혼자서만 피자 상자 접기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람” 부류의 한국 영화 속 칠칠치 못하고 한심해서 웃긴 백수 역할의 표본과 같은 배역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데도 그런 점을 과장해서 웃기는 모양으로 나가지는 않는 수준으로 조율한 덕택에 더 개성이 강해지고 영화의 참신한 색채에 어울려 들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는 “침대 밑에 숨었는데 강아지가 핥으려고 다가 와서 들킬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라는 약간 뻔한 장면이 나오는데, 만약 그런 장면이 흐름이 다른 영화에 들어 가 있었다면 훨씬 더 지루해 보였을 겁니다.

희극과 어두운 범죄가 가장 명확하게 맞물리는 영화의 전환점 부분은 과연 거기에 걸맞게 가장 공을 들였으며 제작비도 많이 소모된 멋진 연출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 전환점 부분에서 이 영화 배우들 중 가장 멋진 연기를 보여 주는 장혜진과 이정은이 나와서 둘의 대결로 내용을 표현한 것도 기막혔습니다. 이정은이 조금 더 개성이 강하고 특이한 인물이라면, 장혜진은 좀 더 현실감 있고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인물이라서 대립 구도가 잡혔습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이 딱 맞수로 어울릴 정도의 비슷함과 동등함이 있어서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할 때 마다 기가 사는 느낌이었습니다.

여기에 멋지게 지은 세트를 응용해서 비밀을 드러내는 장면, 빗줄기가 서서히 강해지면서 거세게 휘몰아치며 물바다로 연결되는 특수효과의 힘, 언덕배기 부자 동네에서 계단, 터널, 육교 아래로 점차 하강 되는 느낌을 붙여 넣어서 인물들이 사건에서 받은 심리적 충격을 끝까지 키워 높여 뒤흔들어 주고 그것을 제작비를 많이 쓴 장면들로 관객들에게도 눈으로 보게 해 줍니다. 그렇게 해서 기억에 깊이 남을 만한 시간이 계속 이어집니다. 비 내리는 퇴락한 도시 구석을 그대로 잡아 보여 주는 현실주의와 어두운 밤 비를 맞으며 세 사람이 줄 지어 끝없이 걷고 있는 괴이함이 동시에 절절하게 섞여 펼쳐졌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한 바탕의 난리 끝에, 아름답던 천상의 세계에서 지상과 지하로 추락하는 모습을 떠오르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차근차근 재미를 쌓아 나가며 사람을 끌어 들였다가 박력있게 전환해 나가는 대목까지가 근사했던 것에 비하면, 결말은 조금은 흔한 느낌입니다.

칼 든 사람이 칼 휘두르며 뛰어 가는 파국이 벌어져 결말로 이야기를 뽑고 그 후에는 다들 예상할 만한 방식으로 끝이 납니다. 그래도 그 동안 잘 쌓아 놓은 기억에 남는 복선들을 다시 잘 짜맞추며 활용해 가는 장면들이기는 했습니다. 그러므로 그 역시 재미 없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세트와 미술이 멋진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필요한 장면을 깔금하게 화면에 담기 위해 얼마만큼 제대로 세트를 만들 수 있는 지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반듯하고 현대적인 부유한 집의 모습도 영화에 제 몫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가난한 집의 모습은 “어떻게 저게 실제 장소 촬영이 아니라 꾸며낸 세트냐” 싶어 놀라울 정도로 여러면에서 많은 생각을 할 만한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마침 깨끗하고 깔끔한 집에서 저녁 먹는 장면이 나와서 그런지, 2010년작 영화 “퍼펙트 호스트”와 이야기의 전환을 만드는 방법이 닮은 점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저는 많이 했습니다.

이 영화 속에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얼굴이 붙은 책이 책꽂이에 꽂힌 것이 하나 보입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히치콕과의 대화”에서 영화 속 긴장감이란 아무도 모르고 있는데 갑자기 숨겨진 시한 폭탄이 뻥 터지는 것이 아니라, 관객은 거기에 폭탄이 곧 터질 것이라는 것을 아는데 등장인물들은 멋모르고 그 주변에서 한가하게 있는 장면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두 가지 다 잘 써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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